[제16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 _「코로나야 , 나 좀 살자, 삭신에서 부는 바람,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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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선-시문학 신계원
코로나야, 나 좀살자
나는 경추장애인
나는 경추가 싫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안 되는
갓 난 아이 같은 그런 내가 정말 싫다
달리기도 그림도 잘 그리던 원이
기억력도 끝내주던 원이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홍수에 휩쓸려 가버렸나?
구름에 실려 가버렸나?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나?
보이지 않는다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
희망에 속아 따라가야 하는데
자꾸 절망에 속아 안 되면 비관하고
스스로 수렁에 빠지고 만다
오늘도 나는 나한테 속고 말았다
선생님처럼 헌혈도 하고 싶고
인숙 씨처럼 바리스타도 배우고 싶고
회원들이랑 카페도 가고 싶은데
왜 하필 경추장애인가
그래서 경추가 더 싫은 오늘이다
나도 다른 장애였더라면
엉덩이도 호흡도 머리도
마음껏 부려먹을 텐데
장애인 20% DC 분위기 짱
영미가 자랑 질이다
부럽다, 부럽다 약 올라 미치게 부럽다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
해처럼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욕심이 나를 짓누른다
아니다 그냥 단순하자
아직은 희망으로 통하는 길이
남아 있을 것이다
굳은 뜻으로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그냥저냥 감사하자
코로나야 이제 그만 떠나주면 안 되겠니
너라도 나 좀 봐주라
숨 좀 쉬고 살자
경추 좀 살자
삭신에서 부는 바람
섣달그믐
어머니 설 준비하시다
바람 한 바가지 뿌리신다
시집살이 풍속 예절 후회 돈 섭섭
여든아홉 힘없는 바람을
자꾸 뿌리신다아프지만 아프지 않다
차갑지만 차갑지 않다오늘따라 어머니 고된 바람이
왜 이렇게 부드럽고 정겨운지
왜 이토록 훈훈하고 따스한지
사랑이다
아프고 아픈 사랑이다
툭툭 불거지고 휘어진
손가락에서
쏟아지는 음식들
더 곱고 곱게 피어난다
물 한 컵 떠먹을 수 없고
널브러진 밥풀 하나 치우지 못하는
며느리 대신 온 몸 부서지도록 사신 어머니
눈물을 다 쏟아도 부족한 감사다
마른 입술로 부르는 간절한 감사다
어머니 당신은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은
사람나무
위대하고 위대한
어머니 나무
그 뿌리 썩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억하고
간직하고 간직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감사하고
영글다
나뭇잎 소리 애잔하다
건들바람 한 줄기 가뭇한 기억 하나 끌고 와
풀어놓는다
바람의 연주와 고추잠자리 군무는
틀 속에 갇힌 굳은 신경다발을 희롱한다
바람을 맞는다
몸을 맡긴다
바람의 손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닌다
살아야지 살아야지 살아야지
바닥에 동댕이친
달빛에 묻어버린
바다에 흘려보낸
삶,
줍는다 줍는다 줍는다
뜨겁게 여무는 들녘처럼
몸짓 붉게 타오른다
감사 짙은 언어로 노래한다
영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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