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 _「할머니와 꽃분홍 구두, 등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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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선-시문학 박선은
할머니와 꽃분홍 구두
투병하는 며느리 대신
걷지 못하는 첫 손녀를 지극정성 기르신 할머니
걸으면 주려고 사다 놓으신
꽃분홍 구두는
햇빛 한번 못 보고 십여 년을
벽장 속에서 삭아갔다
구두가 필요 없는 손녀 발은 누워서 열 살을 컸다
울며 컸다
이제서야 웨절룩 투덕
신발이 필요해진 손녀
하늘나라 할머니
이제는 뾰족구두를 신기고 싶으시겠지
등대
경계가 허물어진 밤바다
등대만이 깜빡이며
뱃길을 안내한다
만선을 꿈꾸며 출항할 때도
파도만 가득 싣고 입항할 때도
노곤한 어부 시름 잊고
가족 품에 안겨준다.
고마운 등대
희망의 등불
위안의 등불
내 안도 반짝이는 또 하나의 등대 있지
ㄱㄴㄷㄹ …
ㅏㅑㅓㅕ …
실수
오늘은 열 시부터 수업이 있는 날
버스를 세 번 갈아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눈이 떠지질 않는다
많이 부었다고 어머니께서 걱정하신다
안과에 들르려면
아무래도 문예반에 늦을 거 같아
문자를 하려는데
뒤틀리는 손가락이 제 맘대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아직도 희부연 새벽 여섯 시 사십 분
자고 있을 강사님의 맛있는 잠을
방해한 내 손가락
내 뜻과 달리 제멋대로 움직이는 내 손가락
그래도 나의 손가락
밥숫가락은 쥘 수 있는 소중한 나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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