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_「뾰족이, 연 날아올라, 편견의 안경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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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선-시문학 이은영
뾰족이
얼마나 더 뾰족해졌을까
언제부터인가 내 존재 가치를 허물어 버리는 짧은 한마디
스치는 작은 표정에도 나는 긴장하고 있다
시간이 특정되어지지 않는 어느 순간부터
기댈 곳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외로움에 절룩이던 내가 보인다
저 유약한 아이에게 기댈 곳조차 없어 초라해져 버린
외로운 나의 상처를 마구 펴내고 있던 내가 보인다
아이의 실수에 나는 몇 번을 웃어 주었을까
나의 실수에 관대한 내가 아이의 실수에는 왜 웃어주지 못했을까
아이를 뾰족하게 만든 거 내가 아니었을까
아이는 지금 상처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뾰족한 녀석도 그 뾰족함을 누르고 있던 나도
아파해야만 했던 일상의 어느 날
뾰족한 얼굴이 아닌 피노키오 마냥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우스꽝스런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오는 녀석
다급히 건넨 나의 서투른 농담에 눈물이 날 만큼 웃는 그 여린 입가에
여린 눈가에 묻어 나오는 하얀 웃음이
나의 시린 내면의 창에 따스한 햇살이 되어 내게로 스며든다
바뀌어야 할 내가 바뀌지 않으려는
나와의 긴 전쟁을 치르고서야 알았다
녀석은 나를 성장시키려 나에게 온 선물이었다는 것을
연, 날아 올라
높이 솟아오르는 걸 좋아하는 연이 있었다
연은 더 높이 날아가고 싶었지
잠시나마 줄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연이었어
더 먼 세상을 향해 내달리듯 날아올라
이내 줄을 끊어 내고야 마는 연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간 연은
거센 바람에 날려 나무에 찢겨진 후에야 알게 되지
줄에 묶여 있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연이었는지를
그들이 왜 그리 높이 날아가려 애쓰지 마라 했는지를
편견의 안경을 쓰다
서로를 마주할 때 우리는 때때로 외눈박이가 되곤 한다
편견이란 안경을 낀 외눈박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 불평에게 마음을 빼앗긴 채
편견의 안경을 낀 외눈박이가
공존의 삶을 걸어가야만 했던 우리의 눈은
타인을 향해서 감겨져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족처럼
거대해진 세상에서 우리도 거대한 거인이 되려
우린 공존의 눈을 감아 버린 채
편견의 안경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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