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우수상 _「선수보다 더 선수인 우리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의 나락이 내 입에서 녹는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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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수 상-시문학 조진희
선수보다 더 선수인 엄마를 사랑한다
나는 선수다
고구마 줄기 까기
쪽파 다듬기
마늘 까기
엄마가 한 보따리 가져오면
진돗개 사랑이처럼 달려든다
입은 투덜거려도
‘내 일이다’ 마음먹고
까고 또 까고 다듬는다
내 손에는 검은 물이 들지언정...
“아가씨 손이 그게 뭐야.”
엄마는 미안함을 표하신다
힘들다
엄마는 더 힘들다
선수보다 더 선수인 엄마를 사랑하기에
도울 수 있는
이 손이
자랑스럽다
엄마의 나락이 내 입에서 녹는다
엄마가 직접 말린 햅쌀을 가지고 왔다
나락을 베고 털어 갑바천에 말려
도정한 쌀이다
오늘도 엄마는 장화를 신었다
발의 간격을 5~6센티로 하여 질질 끌며 간다
엄마의 발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락이 뒤집어지며 햇볕을 쬔다
가로로 왔다갔다
세로로 왔다갔다
볕이 있는 동안 엄마와 나락은 더 야물어졌다
나락은 “나 말려 줘서 고마워요” 인사를 한다
아빠의 도정기를 통과한
엄마의 나락은
뉘가 많다
나는 바가지로 퍼서 뒤, 나뭇가지, 돌을 고른다
매의 눈으로 고른다
한 바가지, 두 바가지 행복이 쌓인다
밥을 했다
“날 빨리 먹어줘” 말을 건다
윤기 나는 밥이 맛있다
고르기는 힘들어도 쌓이는 쌀을 보면
난 부자다
여인천하는 내 친구
코로나가 왔다
친구하자고 왔다
나는 코로나 친구가 싫다
일주일을 집에만 있어야 하니
심심하고 또 심심하다
오래 전 방영한 여인천하를 찾았다
여인천하 하면 ‘정난정’ 역의
강수연을 빼 놓을 수 없다
빼어난 미모와 말솜씨로
독한 짓을 거짓 없이 한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지만 착한 속도 있다
강수연 배우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여인천하를 보고 있으니
살아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여인천하는 코로나를 잊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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