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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최우수상 「천사 할머니, 드럼통, 봉사와 배려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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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58회 작성일 25-04-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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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시문학 성호진


천사 할머니


한글은 물론 무지개색도 모르는 금순 할머니다.

무채색 그녀의 꿈 이야기는 수억 광년 떨어진

어느 외계인의 말처럼 들리곤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인 그녀는 어머니의 모습도 아버지의 모습도 전혀 모른다.


농축된 음성만이 뇌세포 깊은 곳에 보석처럼 간직되어 있다.

고도로 발달한 음성 인식 시스템은 가끔

지난날을 실처럼 풀어 놓을 때면 듣는 이부터 눈물겹다.

씨받이로 팔려 온 그녀의 일생은 너울 한 번 써보지 못한 울타리 안이다.


낭자머리로 3남매 낳아 젖 물려 키울 때

인심 좋은 그녀는 초승달에도 젖 물려 보름달로 키웠다.

환하게 자란 달은 아픈 어깨를 주물렀고

새벽마다 달을 개어 윗목에 두고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자식들 모두 출가시킨 후 외로워진 그녀는 무너진 울타리 안에 장만한 걀찍한 터앝에


별빛 같은 손자들 돌 보듯이 채소를 키웠다.

눈 밝은 손으로 더듬으며 풀도 뽑고 얄미운 벌레도 잡는다.

무더운 여름에는 먼지 쌓인 마루에 걸터앉아

찢어진 몸빼바지도 꿰매고 저고리도 꿰맸다.

신선한 가을바람이 그녀의 마당에 찾아 들면

속이 가득 찬 배추 뽑아 이웃들에게 한 포기씩 나눠 줬다.

살갗은 세월 겨워 주름지고 퇴색했지만,

마음만은 굄돌 같은 아리따운 소녀 천사다.




드럼통


반이 잘린 드럼통 속으로 어린 시간을 말아 넣었다.

더 어린 시간이 가성비 높은 수준으로 드럼통을 굴렸다.

깔깔 웃는 드럼통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른다.

전염성 넘치는 웃음에 더 어린 시간도 깔깔거렸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순간에 합창하듯이 참새들도 고이 지저귀었다.

세상이 바람개비처럼 돌았고 속이 아롱진 세상은 시간을 뱉어 버릴 것만 같았다.


흐드러진 시간을 감꽃 목걸이처럼 걸고

더 웅장하게 굴러가는 소리를 휘어잡았다.

우리는 활개를 치며 체위를 바꿔 휘저었다.

서로 만족한 웃음과 눈빛에는 품의 다리가 놓였고

한 바퀴 구를 때마다 꾸밈없는 테두리를 꿈꾸었다.

드럼통을 더 힘차게 굴리기 시작했다.

털어놓은 웃음소리가 등 뒤를 따라왔다.

언제부턴가 멈춤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꽝~ 수억 광년 너머의 별이 보였다.

뒤죽박죽이 된 순간은 드럼통을 통째로 뱉어냈다.

태가나 아픈 것도 잠시, 켕긴 우린 막무가내로 흩어졌다.

세월의 샅바를 힘껏 잡아당겼지만, 시간은 끌려오지 않았고

도담도담 자란 우리는 초아가 되고자 한가람을 뛰어다녔다.

돌아온 그리움처럼 따뜻한 기억들 속에는

못내 허기진 날이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다.




봉사와 배려하는 마음


환갑을 훌쩍 넘긴 그는 늘 후덕한 웃음으로 하루를 연다.

얼굴의 저승꽃을 살짝 들추면 뼛속까지 스며든

압축된 어머니의 눈물이 소금산처럼 쌓여 있다.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찾아온 뇌염은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반신불수의 삶이 고착화 되도록 만들었다.


말더듬증과 어눌한 말투는 별빛을 담을 수 있는 문이 닫히고 말았다.


가족들의 안타까운 눈빛, 사라진 감수성,

꿈과 영감이 삭제된 시간 속에는 모든 옵션이 사라졌고

비통함이 가득한 단순함의 나열뿐이다.


싸리문 열어젖히고 멍석 깔고 둘러앉아 이야기 한 쌈 싸서 입에 넣어주던 어머니,


달빛 한 쌈 싸서 여동생 입에 넣어주던 시간은

민화처럼 그리울 뿐이지 돌아오지 않았다.

변 번을 접었다 편 시간은 환갑을 넘게 했고

획기적인 여정으로 이끌게 한 봉사 활동은 심장을 설레게 했다.

내면 깊숙이 잠겨 있던 문을 활짝 열게 했다.

지난날을 활활 태워 수목장한 후


함께 한 셰프를 도와 성한 한 손으로 나물을 다듬고 반찬을 만들었다.


정신 지체장애인에게 밥도 먹여 주었다.

그날부터 꽃을 닮은 후덕한 웃음이 입가에 번졌고

그는 이승에서의 아름다운 착지를 위하여

오늘도 배 뽀얀 햇살 안고 도마질 연습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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