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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우수상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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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59회 작성일 25-04-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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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산문학 이애경


이상합니다


은희가 수경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열어본 것은, 아이들이 막 하교하는 때였다. 왁자지껄

붐비던 복도가 점차 한산해지고, 청소를 마친 여자아이 몇몇이 지나가다가 음악실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인사했다. 조건반사처럼 은희도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남자아이 몇은

거칠게 창문을 흔들어 은희가 쫓아가 제지해야 할 만큼 격하게 인사했다. 올해 음악 전담을

맡으면서 자잘한 일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이들이 있을 땐 전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큰 가방을 메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은 행복해 보인다. 수업 시간,

서로 이기심을 어쩌지 못해 다투던 살벌함은 벗어던지고 수업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에 젖어

재잘거리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은 얼마나 예쁜가?

아침 출근길에 수경의 전화를 받았다.

“은희야, 잘 지내지? 이번 여름은 작년보다 덜 덥다, 그치?”

마침 빨간 신호에 멈추고 라디오 볼륨을 조금 올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오늘 출근길, 한낮에는 폭염이 여전하겠습니다. 외출 시에는 뜨거운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자주 물을 마셔.......”

라디오 여자 목소리가 수경의 목소리와 겹쳐 웅웅거렸다.

“기상캐스터가 오늘 엄청 덥다는데? 그보다 아침 일찍 웬일이야? 날씨 얘기하려고 이렇게

일찍 전화하진 않았을 테고.”

배려라는 덕목으로 치자면 수경을 앞설 자가 있을까? 수경을 만나고 온 날엔 항상 자신이

어린아이가 된 듯 챙겨주던 수경의 세심한 행동을 되새김질하며 은희는 묘하게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상대방 기분과 움직임을 한 치도 놓치지 않는 수경의 다각도 시선과

재빠른 반응은 선천적이라기보다 아들 때문일 것이다.

한 달 전, 현우의 강사 자격증 때문에 서울로 가는 수경을 잠깐 만났을 때, 재미 삼아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 테스트를 한 결과 은희와 수경은 같은 유형이었다. 은희는 천성을

어쩌지 못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즉시 뱉어내야 직성이 풀렸고,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은 부자연스러워 그저 저질러보는 체질이었다. 현우가 태어난 후 매사

말과 행동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수경은 “나도 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었어.” 얕은 탄식을

뱉으며 알파벳 네 글자에 눈을 박고 씁쓸하게 웃었다.

“라디오 소리 나오는 걸 보니 운전하나 보다. 이메일 좀 열어봐. 부탁할 게 있어서.”

수경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하나 보낼 테니 학생들 지도 자료로 괜찮은지 한 번 봐달라면서

부랴부랴 전화를 끊었다. 타인에게 폐 끼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수경이 은희가

출근하는 시간인 걸 뻔히 알면서 전화했다면 그만큼 다급한 사정이리라.


<장애인식 개선 자료_이현우> 날짜를 보니 다음 주다. 화려하진 않지만, 군더더기가

없어 한눈에 들어왔고, 현우의 성장 과정이 그대로 담긴 진솔한 자료였다. 가정주부인

수경이 작성한 자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적재적소에 사진이 삽입돼 있고, 흥미로운

동영상도 간혹 등장했다. 쓱 훑어보던 은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30여 장 되는 슬라이드에

‘이상합니다.’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해 완벽한 자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컴퓨터 하단에

잠시 후 직원회의가 있다는 메시지가 반짝 떴다. 은희는 수경에게 전화할 겨를도 없어

카톡만 날리고 일어나 음악실 문을 잠갔다.

‘수경아, 자료가 훌륭한데 <이상합니다.>라는 말이 너무 많아. 그것만 고치면 될 것 같아.’

현우를 데리러 가려고 차 열쇠를 들었을 때 카톡이 왔다. 예상하지 못한 은희의 메시지에

수경은 당황했다. 독학으로 익힌 파워포인트를 작성하는데 한 달. 책을 보고 이론으로만

익힌 작성법은 실제 적용해 보니 녹록지 않았다. 현우를 쫓아다니는 시간을 피하다 보니

노트북을 여는 건 약속이라도 한 듯 현우가 잠든 후 자정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잠을 줄여

꼬박 한 달여가 걸린 자료가 완성되었을 때 수경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고지에 깃발을

꽂은 것처럼 뿌듯했다. 감히 한 발짝도 내디딜 엄두가 나지 않는 험난한 산을 정복한 기분.

‘이상합니다.’는 현우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자료를 여러 번 검토하며 ‘이상합니다.’를

고쳐볼까도 했지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은 찾을 수 없었다.

서둘러 운전을 해 연습실에 도착하니 문은 굳게 잠겨있고 현우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현우 연습이 끝나면 곧장 서울로 출장 가야 한다던 강사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1분 늦었는데, 그새 현우가 사라진 것이다. 아침에도 엄마를 못 만나면 꼭

전화부터 하라고 일렀건만, 또 핸드폰 게임에 파묻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부리나케 사거리로 나오니 숨이 헉 막힐 정도로 습하고 더운 공기가 앞을 막았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폭염은 물러날 기세 없이 연일 쏟아졌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뒤섞여 숨통을 조여왔다. 현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게임에

집중해 몸이 뜨거운 것조차 모를 것이다. 이대로 한 시간 이상 폭염 속을 쏘다닌다면 아마

열병에 갇혀 일주일 넘게 앓을 것이다.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틈만 나면 핸드폰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현우. 빨리 찾아내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발을 동동거리다가 파란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인도에서 내려섰다. 수경은 대각선으로 된 횡단보도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잠시 주춤했다. 주변 물체들이 정지되고, 세상이 수경을 홀로 두고 빙빙 돌아가는 기분.

지금과 같은 상황이, 현우가 학교에서 사라져 남편과 함께 눈물범벅이 되어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그리고 세상 끝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암울하고 놀란 가슴이 고스란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낯설지 않은 상황, 익숙하고 숨 막히는 뜨거운 공기, 15년 전 상황이 데자뷰

되며 애써 잊고 살던 현우의 초등학교 시절로 빠져들었다.

“엄마, 우리 반 애들이, 애들이, 이, 이상해요.”

학교에서 돌아온 현우는 잠시 잦아들었던 말까지 심하게 더듬으며 펑펑 울었다. 현우

간식을 준비하던 수경은 가스렌지를 끄고 현관으로 달려가 현우를 토닥였다. 고개를 푹

꺾고 꺼이꺼이 우는 현우의 하얀 실내화에 눈물이 콕콕 박혔다.

“현우야, 또 친구들이 괴롭혔어? 그런데 왜 실내화를 신고 왔어? 신발주머니는?”

현우의 등에는 지퍼가 열린 책가방만 덜렁거리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며칠 전 현우가

직접 고른 파란 운동화는 아직 고무 냄새도 채 가시지 않았건만. 수경은 매번 우산을 놓고

오는 현우가 운동화를 깜박 신발장에 놓고 왔는지 다그쳤다.
 

“지붕에, 지붕 위로 올라갔어요. 애들이 막 던지다가, 던지다가, 날아갔어요.”

수경의 가슴이 욱죄어왔다. 필통 사건 이후로 학교에 다녀온 지 겨우 닷 새. 현우의

물건이라면 함부로 던지고 빼앗아 박살을 내는 같은 반 아이들. 벼르고 벼르다가 현우를

괴롭히는 아이들 수위가 점점 높아져 처음으로 학교에 방문했을 때, 현우 담임은 원래

남자아이들이 어렸을 땐 다들 그러고 노는 거라며 수경을 편협한 학부모 취급했다. 현우도

보통 다루기 어려운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수경 가슴에 내리꽂으면서.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어서 정말 힘드시지요.”

“아이고, 어쩌겠습니까? 뭐, 항상 함께 있어야 하는 부모만 하겠어요.”

담임은 입맛을 쩝 다시며 죽상을 했다. 허옇게 부풀어 축 늘어진 볼살이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샤페이 견종처럼 쭈글쭈글해졌다.

“선생님,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 봐도 될까요? 혹시, 손주가 있으신지요?”

질문과 함께 수경이 학기 초 백화점에서 사 놓고도 양심에 거리껴 전하지 못했던 고가의

크림을 건넸을 때, 못 하나 안 들어갈 것같이 빳빳했던 담임 이마에 부드러운 굴곡이

일었다. 냉담했던 눈빛이 온화해진 것은 크림 때문인지, 손주라는 말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수경의 양심에 생채기가 한 줄 그어졌지만, 현우를 위해서라면 생채기쯤이야 셀 수

없을 만큼 새까만 줄무늬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당신 손자가 아이들에게 이런 괴롭힘을 당해도 그렇게 말씀하실까요?’ 턱밑까지 차오른

말이 행여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수경은 지그시 턱을 당겼다. 현우와 관련해 몇 마디

내뱉기만 해도 ‘피해의식’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 특수아를 왜 일반 학교에 보내서

문제를 일으키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학부모들. 현우로 인해 절대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걸 이런 식으로 깰 수는 없다. 그건 수경이 지난한 삶을 버티는 마지막

자존심이자 현우를 지키기 위한 애정의 방식이었다.

“아이고, 현우 어머니. 저도 유치원 다니는 손자가 하나 있지요. 얼마나 이쁜지. 현우가

제 손주구나 생각하고 앞으로 잘 돌볼게요. 다시는 현우가 학교에서 울고 갈 일은 없을

거예요.”

시어머니 뻘 되는 담임이 생기 빠진 꺼슬꺼슬한 손을 내밀어 꼭 감싸 쥘 때 수경은

코끝까지 차오른 눈물을 겨우 수습하며 역시 크림은 비싼 만큼 제값을 했다고 생각했다.

현우가 2학년이 되던 날, 백화점을 다녀온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양심의 생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기쁨으로 아물었다. 담임을 만난 이후 일주일, 현우가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아 얼마나 감사했던가.

밤늦게 퇴근한 남편과 손전등을 들고 학교에 갔다. 현우가 말한 지붕은 조회대였다.

남편은 미리 준비해 간 매미채를 몇 번 휘저어 신발을 내렸다. 워낙 과묵한 남편은 현우가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후로 현우와 놀아줄 때 외에는 더욱 말이 없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그저 수경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짙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등교 준비를 하고도 파란 운동화를 공연히 바닥에 비비며 현우는 현관에서 한참 서성거렸다.

2학년이 되면서 학교에 혼자 가는 버릇을 들이고자 학교 바로 앞으로 이사 오고, 현관에서

배웅한 후 베란다에서 교문으로 들어갈 때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려다보는 것이 수경의

아침 일과였다. 자꾸만 베란다를 돌아보고 한쪽 발이 뒤틀려 절룩거리며 걸으면서도 한 달

만에 스스로 교문에 들어서는 것에 간신히 성공했었는데, 운동화 사건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단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담임에게 지각한다는 전화를 넣고 한 시간을 달랜 후 수경이

가만히 손을 내밀자, 현우는 그제야 현관을 나섰다.


수경은 ‘오늘은 무사히’를 기도하며 학교만 뻔질나게 내다보다가, 대충 밥을 물에 말아

반찬 없이 꾸역꾸역 먹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발 행동을 하는 현우를 돌보려면 건강해야

했다. 개수대에 널브러져 있는 설거지부터 하고, 거실과 방마다 겹겹이 쌓여 있는 빨랫감을

안고 세탁기 전원을 켰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현우가 울부짖었다.

“엄마, 친구들이 이상해요, 이상해. 점심시간에 화장실에서 바지를 막 벗기더니.......”

수경은 빨래 바구니를 팽개치고 황급히 현우에게 달려갔다. 현우의 울음 섞인 소리가

높아질수록 수경의 마음은 깊이를 알 수 없게 무너져 내렸다.

“엄마 말대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려고, 놀려고 했는데, 계속 이상한 것만 시키고.”

화장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수경은 현우를 끌어안고 현우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맞아, 현우 말이 다 맞아. 아이들이 정말 이상하구나. 이상해.”

아이 앞에서 웬만하면 밝은 얼굴로 긍정적인 말만 했지만, 친구들과 항상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입이 부르트게 강조했지만, 수경은 더 이상 친구라는 말도 입에 올리기 싫었다.

퇴근한 남편은 잠결에도 간간이 훌쩍이는 현우 머리를 쓰다듬기만 할 뿐 수경의 하소연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일 눈뜨자마자 교장실로 항의하러 갈 거예요. 학폭위라도 열어 달라고 하든가. 담임

선생님께 그렇게 조아렸건만 일주일도 안 돼 바로 이런 일이.......”

“그냥 참아요. 우리 현우도 아마 친구들에게 억지로 놀아달라고 귀찮게 했을 거야.”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편은 결연한 수경의 말투에 낚아채듯 한 마디 뱉고 우뚝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남편은 방문을 나설 때마다 큰 키를 줄일 듯 허리를 푹 접었는데, 오늘따라

커다란 등이 유난히 굽어 잠시 비틀거리다 문고리를 잡았다. 수경은 간혹 서둘러 걸을

때 흔들거리는 남편의 걸음걸이가 싫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남편의 균형 잃은


걸음을 볼 때마다 현우의 발달장애는 남편에게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곤 했다. 그리고 확신은 끝내 견딜 수 없는 원망이 되어 수경을 서럽게 했다.

“은희야,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해? 남편과 상의해도 도저히 답이 안 나와.”

“뭘 어떻게 해? 성추행당한 게 확실하고만. 학폭 신고해. 남편은 그런 몹쓸 애들한테 왜

그렇게 관대하다니?”

자초지종을 들은 은희는 수경보다 더 펄펄 뛰었다. 2학년이면 한창 해맑을 나이인데, 하는

짓이 무서운 중학교 2학년 능가하는 행동이라면서.

은희가 급식 차를 치우고 막 양치질을 끝냈을 때 수경이 울적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현우를 돌보느라 자신의 꿈인 피아노 교사까지 그만둔 수경이 가끔 전화해 초등학교

생활을 물어보곤 했지만, 대부분 현우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몹시 심각했다. 은희는 안다. 수경의 꾹꾹 눌러둔 담담한 목소리에 얼마나 많은

비참함과 모욕감이 녹아있는지.

“남편은 학교폭력위원회는 결코 열고 싶지 않대.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아이가

현우를 아예 상대 안 해줄지도 모른다고.”


수경은 어젯밤 현우 곁을 지키며 밤새도록 고민했던 생각을 마치 수없이 외운 것처럼

영혼 없이 술술 읊었다. 중학교 때부터 둘도 없는 단짝인 은희에게 어젯밤 뜬눈으로 지새며

울고 괴로워한 모습을,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심각한 건 자신 하나면 족했다. 늘

만나면 웃음만 흘리는 친구. 수경은 은희의 밝은 기운이 좋았다. 함께 있으면 비가 오는

날에도 햇빛이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주변이 맑고 따사로웠다. 가슴이 옥죄어 오는 고통을

감추면서 은희에게 전화하길 잘했다는 안심이 들었다. 전화로 들려준 은희 반 장애아 상황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조건반사처럼 학폭을 얘기했지만, 실은 은희도 학폭 담당자에게 연수받은 이론으로만

알 뿐 아직 학폭이 열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사회의 작은 축소판인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적용하기 시작한 건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내 아이가

아니라고 너무 함부로 말했나? 아냐, 현우 사건은 명백한 학폭 감인데.’ 생각하는데 수경이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좋아하는 걸 만나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불같은 성격에 은희는 결혼할 필요도, 여유도

느낄 새 없이 마흔을 넘겼다. 스쿠버다이빙, 산악회, 봉사단체 총무. 은희의 주말은 오히려

평일보다 바빴다. 대학 시절까지 자주 수경과 취미활동으로 만났지만, 수경이 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따라 멀리 지방으로 가고, 또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발달장애 현우가

태어나면서 만남은 쉽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은 전화 통화로나마 안부를 묻곤 했는데,

현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수경의 전화는 더 빈번해졌다.


은희가 아직도 불같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씩씩거리는데,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치는 찰나

아이들이 몰려들어 오면서 날카로운 괴성이 들렸다.

“윤호야, 왜 소리 질러? 누가 또 윤호 괴롭히니? 수찬이야?”

며칠 전 파마머리를 하고 와 양배추라는 별명을 얻은 윤호가 교실을 빙글빙글 뛰어가고,

그 뒤를 언제나처럼 수찬이가 쫓고 있다. 자그마한 윤호를 반에서 덩치가 가장 큰 수찬이가

쫓을 때면 꼭 ‘톰과 제리’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도움반인 윤호는 ‘제리’만큼 꾀가 있지

않고, 윤호를 놀려먹으러 학교에 오는 게 목표인 수찬은 ‘톰’만큼 어리버리하지 않다.

그래서 ‘톰과 제리’처럼 유쾌하지 않고 항상 윤호의 참패와 괴성으로 끝이 난다. ‘톰과

제리’가 코미디라면 ‘윤호와 수찬’은 폭력물이다.

“점심시간에 인심 써서 기껏 놀아줬는데, 윤호가 저보다 민수를 따르잖아요.”

수찬이의 변론은 오늘도 기가 막히다. 반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하고 키가 큰 수찬이 학기

초 맨 앞자리의 윤호와만 어울릴 때, 은희는 의아했다. 그 이유를 안 것은 새 학년이 되고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윤호는 친구를 좋아해 아무나 쫓아다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상대해

주지 않았다. 수찬이 틈만 나면 윤호의 자리로 갔다. 3월 일주일은 평화롭게 흘렀다. 다른 반

교사들이 어려운 아이 몇몇을 콕 찍어 앞으로 일 년이 걱정이라고 토로할 때, 그들 앞에서

은희는 완벽한 아이들을 만났다고 차마 자랑은 못 하고 그저 감사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이 주째 되는 날 수찬이 극도의 폭력성을 들어내며 매시간 다툼을 일삼기 시작했다. 수찬은

그동안 담임 교사의 성향을 살피느라 애써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고, 이미 수찬의

폭력성을 아는 아이들은 수찬을 상대하지 않았다. 수찬은 자신을 유일하게 상대해 주는

윤호와 어울렸는데, 잘 놀다가도 매번 윤호를 무시하거나 약을 올려놓고 끝내는 식이었다.

윤호는 억울하면 그치지 않을 듯 엄청난 괴성을 질러댔는데, 윤호의 유일한 분노 표출

방식이었다. 윤호의 괴성에 번번이 수업은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 ‘장애인식 개선 교육’ 잘 계획된 자료와 교육과정에 따라 은희는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지만 딱 한 명 수찬만은 모든 교육을 비껴갔다. 얌전히 앉아있는

윤호를 툭툭 건드리고 약을 바싹 올려 교실에 괴성이 울리지 않는 날은 거의 없었다. 윤호는

얼굴이 벌개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수찬을 향해 씩씩대다가도 수업을 마치면 부리나케

수찬을 따라나서곤 했다. 양쪽 부모와도 상담 해봤지만, 결과는 황당했다. 윤호 엄마가 수찬

엄마에게 그나마 수찬이가 있어서 윤호가 학교 가길 좋아한다는, 선생님의 제재는 바라지

않는다는. 수찬 엄마는 별일 아닌 일로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리고는

당당하게 교실 밖으로 나갔다.


현우의 초등학교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6학년까지 왔다.

언어상담이 있는 날, 핸드폰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현우를 잠시 진정시키고 수경은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모차르트 ‘클라리넷협주곡 아다지오’가 차 안을 은은하게 채웠다.

“엄마, 이 악기 소리 좋다요.”

“정말? 피아노 소리는 싫다며?”

“네. 피아노 소리는 싫다요.”

반가운 마음에 수경은 볼륨을 한껏 높였다. 현우가 좋다고 한 악기는 클라리넷이

처음이다! 수경은 급하게 언어상담을 취소하고 차를 돌렸다.

“자, 한 번 만져봐.”

현우는 클라리넷이 신기한 듯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후 불었다. 소리가 났다. 수경은 기쁜

마음에 현우를 와락 껴안았다. 한 번 만에 클라리넷 소리가 나게 하다니. 현우는 호흡량이

대단하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수경은 대강 클라리넷 이론서와 악보를 사서 익혔다.

악기는 서로 통하는 법. 수경은 곧바로 현우를 가르쳤다.

“소리가 좋다고요. 내가 안 분다고요.”

수경의 레슨에 현우는 자주 우는 소리를 했다. 좋아하는 치킨을 사주며 한 시간, 피자를

먹고 한 시간, 게임을 하고 두 시간, 핸드폰을 사준다고 약속하고 세 시간....... 수경은 만

시간의 법칙을 믿었다. 아니, 비장애인이 만 시간의 법칙에 좌우된다면 현우는 십만, 백만,

천만 시간 연습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열린 장기 자랑에서 현우가 클라리넷으로 짧은 동요를 연주했을 때,

아이들은 야유했다.

“엄마, 반 친구들이 이상해요. 장애인인데 클라리넷을 잘 부는 게 이상하대요.”

수경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전화를 끊은 현우는 밤이 까매지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현우 목소리에 수경은 현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 나가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학교 교문에서 출발해 집을 향해 오기를 여러 번, 사거리에 도착했다. 저녁

어스름을 뚫고 자동차 불빛들이 눈을 흘기고 달아났다. 걱정은 어느새 절망으로 바뀌어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발목에 쇠사슬을 매단 듯 무거웠다. 횡단보도 가운데에서 수경은 갑자기

멈춰 섰다. 바로 앞 편의점 의자에 앉아있는 현우가 보였다. 핸드폰에 눈을 박고 비실비실

웃고 있는 입을 보자 긴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빵~!” 자동차 경적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현우를 향해 달렸다. 굽은 등에 클라리넷은 무감한 아이처럼 업혀 현우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수경은 클라리넷에 한 줄 희망을 품으며 지난하게 흘렀던 야만적인

현우의 초등학교 시절에 안녕을 고하고 싶었다.

“음악실 무서워. 안 갈래.”

3반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는데도, 재민은 밖에서 울고 있다. 소리에 예민한 재민은

피아노를 크게 치거나 노랫소리가 커도 귀를 막고 울곤 했다.

“재민아, 음악 선생님이야. 선생님이 뽀로로 비타민 줄게. 들어와.”

은희가 비타민 두 개를 재민에게 내밀 때, 아이들이 너도나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너희들은 수업 태도 좋으면 끝날 때 줄게.”

아이들이 또 ‘차별’을 들먹이며 소란스러웠다. 재민이 비타민 비닐을 만지작거리며 자리에

앉아 슬금슬금 아이들 눈치를 봤다.

“얘들아, 전에도 선생님이 설명했지? 재민이는 선생님이 차별하는 게 아니라 배려하는

거야. 차별이란.......”

은희가 칠판에 ‘차별과 배려’라고 쓰고 돌아서자, 몇몇 남자아이들이 알았다고 귀를

막았다. 오늘도 본격적인 음악 수업에 앞서 어쩔 수 없이 은희는 인성 교육부터 해야 했다.

도움반 아이가 있는 두 개 반은 유독 도움반 아이를 구박하는 몇몇 아이 때문에, 수업 초입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자료를 구해 지도부터 해야 했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감동적인 동영상

자료를 찾아 보여주고, 몇 번의 퀴즈를 내고, 칭찬 보상을 하는 꾸준한 패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그저 지식으로만 숙지하고 있다. 너무 많은 자극적인 동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새로운 영상을 보여줘도 비슷한 내용과 주제에 지루해 몸을 비비 꼰다.

다행히 도움반 아이를 악의적으로 대하는 아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한

건지 은희의 설명이 잔소리로 들려 그만두려는 건지 차츰 아이들의 술렁임이 진정되었다.

“야, 박재민. 쩝쩝 소리 내지 마. 거슬려.”

“맞아. 박재민 너 땜에 피아노 박자도 놓치잖아.”

은희의 반주에 맞춰 대충 노래하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뜨렸다.

“저렇게 수업 방해할 거면 도움반에 그냥 있지. 음악 시간엔 꼭 온단 말이야. 안 그러냐?”

피아노 바로 옆에 앉은 희찬이가 속닥거리며 옆에 앉은 수호에게 동의를 구할 때, 은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양손에 분노를 실어 피아노를 쾅 친 다음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정말 이상하구나!”

피아노가 무너질 듯한 소리와 은희의 성난 목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순간 얼음이 되었다.

잠시 정적에 쌓인 음악실을 휘휘 둘러보던 은희는 자신이 뱉은 ‘이상하구나.’라는 말에서

멈칫했다. 그건 바로 어제 수경이 보내온 자료를 보다가 지적한 사항이었다.

대각선 횡단보도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수경의 머리가 별안간 맑아졌다. 수경은 있는 힘을

다해 연습실을 향해 뛰었다. 흘러내린 땀이 식으며 상쾌한 밤공기와 뒤섞여 기분 좋은

쾌감이 느껴졌다. 입추의 위력 때문인지 뜨거운 한낮 기운도 밤에 조금씩 전진해 오는

차가운 기운에 쇠락하고 있다. 마침내 수경이 연습실 뒤편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둥글게

웅크린 널따란 등을 마주할 수 있었다. 등 위에는 길쭉한 검은 덩어리. 엄마 차 안 외에는

절대 내려놓지 않는 현우의 클라리넷이었다. 조악한 편의점 테이블에는 컵라면 용기와

아이스크림 봉지, 삼각김밥 포장지가 널브러져 있다. 수경은 그제야 시장기를 느꼈다.

아침에 현우가 좋아하는 달걀 크럼블을 몇 술 먹은 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헤매고 다녔던 거다. 현우를 등 뒤에서 와락 껴안는데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 허기

정도는 스스로 달랠 줄 아는 현우가 기특했고, 끝까지 클라리넷을 챙기는 현우가 대견했다.

무엇보다 현우를 찾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한 눈물이었다.


강의 자료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자 은희와 수경이 만났다. 지방에 살던 수경이 현우를

데리고 경기도로 올라온 뒤 첫 만남이다. 대학 진학과 클라리넷 전문 레슨을 위해 수경은

과감히 보금자리를 옮겼다. 수경은 현우를 돌보며 바쁜 나날 중에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현우를 닦달해 ‘장애인식 개선 강사 자격증’을 따게 하는 등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6년 만에 보는 현우는 훌쩍 자라 푸릇한 청년이 되어 있다. 시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와 은희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밖으로 잘 쏘다니지

않는 탓인지 하얀 피부는 창백할 만큼 투명했고, 그 위로 단정하게 깎은 수염 자국이 유난히

까맣게 대비되었다.

“<이상합니다>라는 현우의 말, 그냥 둬도 될 것 같아.”

“그래? 실은 현우가 자주 했던 말이야. 비장애인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자주

이상하대.”

“하긴, 내가 봐도 이상한 애들이 가끔 있어. 아무리 얘기해도 공감 못 한다고 해야 할까?”

은희는 음악실 상황이 떠올라 동의했다.

“현우가 잘한 것만 나열돼 있어. 이런 식으로 강의하면 아마 사람들은 현우는 원래 잘하는

아이구나, 고생은 전혀 안 했구나. 생각할 것 같아.”

은희가 청자가 되어 보았다며 자료를 재구성하기를 원했다.

“그래. 나도 그런 고민은 했었어. 그런데 현우가 힘들었던 것, 특히 학교폭력 당했던

얘기를 하려면 눈물부터 나올 것 같아.”

현우의 자기소개와 중간중간 클라리넷 연주에 이어, 수경의 발달장애아 육아 이야기가

섞여 있어 수경이 맡은 역할도 컸다.

“그럼 안 되지. 강사가 눈물부터 쏟으면. 그럼, 학폭 얘기는 빼버리자.”

현우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갔는지 슬픈 표정이던 수경이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말했다.

“아냐. 현우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내가

눈물을 참아봐야지.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연습할게.”

수경이 현우에게 자격증을 따게 한 건 오로지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은 의도였다. 학교폭력위원회가 공공연하게 열리는 요즘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장애아들의 괴로운 학창 시절을, 그 부모들의 한숨을 멀리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끓어서였다.

“우리 학교에도 언제 한 번 와서 강의 좀 해줘. 도움반 아이들 좀 편하게 지내게.”


현우가 좋아하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고 헤어질 찰나, 은희는 수업 시간마다 힘든 점을

하소연했다.

“그래. 일단 이번 것부터 성공하고. 나, 사람들 앞에 설 생각하니까 지금부터 엄청나게

떨려.”

“저도요, 이모. 클라, 클라리넷 불 때 떨려요.”

“울지 않는 연습부터, 강사님.”

은희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고 헤어졌다.

“야, 오늘 음악 수업은 전문 클라리넷 연주가가 온대.”

“와, 재밌겠다. 난 책 없이 하는 건 다 좋아.”

평소 재민이를 골려 먹던 희찬이와 수호가 빈손으로 음악실에 들어오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알을 굴렸다.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는 수경의 전화를 받고, 은희는 일사천리로 현우의 장애인식 개선

수업 계획서를 올렸다. 교장 선생님은 신선하고 의미 있는 수업이라며 적극 추진하라고

독려했다. 깜박할 수도 있으니 수업 전에 인터폰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본인도 꼭 수업

참관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도움반 아이가 있는 담임 교사들의 반응은 더 놀라웠다. 언제 소문이 났는지 은희가 음악

수업을 맡지 않는 3, 4학년에서도 현우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 반복되는

말과 동영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현우와 담담한 척 긴장을 감춘 수경이 은희의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음악실로 들어섰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음악을 멋지게 연주한 현우에게 아이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와, 되게 잘한다. 발달장애아라면서 왤케 잘해?”

“그러게. 나는 1학년 때부터 피아노 배웠는데 지금도 실력이 뭣 같은데.”

아이들의 수런거림을 뒤로 현우가 떠듬떠듬 강의를 시작했다.

“저는 항상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현우의 학교폭력 이야기가 나오자, 남자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고개를 푹 숙인

희찬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여자아이들이 재민이 등을 토닥토닥하는데 수호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재민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우가 생수를 들어 목을 축이는데 갑자기

일어선 재민이가 앞으로 나가더니 아까부터 만지작거리던 뽀로로 비타민을 현우에게

내밀었다.

“응. 고마워. 강의 끝나고 이따 먹을게.”


클라리넷을 살짝 만져본 재민이가 주춤주춤 들어오는데, 현우의 힘주어 말하는 목소리가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들은 제가 공부를 못 한다고 놀렸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잘하니까

장애인이 음악을 잘한다고 놀렸습니다. 이상합니다! 못해도 놀리고, 잘해도 놀리고.”

까르르 웃던 아이들이 흠칫 놀란 희찬이와 수호를 보며 키득거렸다.

이제, 수경이 현우의 괴로웠던 초등학교 시절을 말할 차례였다. ‘담담하게, 이제껏 연습한

대로.’ 주문을 외우며 수경은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맑은

눈망울들이 모두 수경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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