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 _「잃버린 사람, 잃어버린 시간」 > 임시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임시게시판

[제16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수상작] 입선 _「잃버린 사람, 잃어버린 시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예술누리
댓글 0건 조회 160회 작성일 25-04-07 17:04

본문

입 선-산문학 고영미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시간


2020년 2월 어느 날,


예고 없이 우리에게 찾아온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싸늘하게 멈춰

버렸다. 아파도 마음대로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친구들도 가족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도 없는 그런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서로 불신하며 지나온 일 년 동안

일상의 소중함도 친구들도 가족들의 미소도 볼 수 없는 날들을 지내다 보니 조금씩

지쳐갔다. 초반에는 마스크도 마음대로 살 수도 없었다. 약국 앞에 줄을 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마스크를 사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장애인의 처절한 삶 앞에

서러움과 속상함이 교차해 서글펐다. 그러다 확진자가 조금씩 줄어 단계가 내려가니

다시 글쓰기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그날도 오랜만에 수업이라 동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달려갔다. 서로 흥분된 기분으로 동료들의 안부도 묻고 가져온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키다리 오빠가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우리에게 빵과 커피를 사 주셨다. 커피 마시며 다음 주에 문학기행 가는 얘기를 나누고

깔깔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날 그 모습이 키다리 오빠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주 일요일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에서 전화가 자꾸 오는 것이다.

인터넷 가입하라는 것이겠지 하고 안 받고 있었는데 문자 메시지가 계속 오는 것이다.

휠체어를 갓길에 주차하고 문자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밀착

접촉자로 자가 격리 대상이라는 문자였다. 문자 받는 대로 노원구 보건소로 연락을

달라는 문자였다. 노원구는 가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얘기지 하며

노원구 보건소로 바로 전화를 했다.


“고영미 씨죠?”


“네, 맞는데요.”

“000씨 아시죠~?”

“네”


“같이 식사하셨죠?”


너무 당황해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밥은 안 먹고 빵만 먹었는데요?” 하고 대답을 했다. 확진자와 밀착 접촉자로

분류되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집으로 가서 자가 격리를 하란다.


“아뿔싸 내게도 이런 일이?” 너무 놀라 그 길로 일산동구보건소로 달려갔다.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보건소에 들어갔는데 낯익은 선생님의 모습이 보여

문자를 보여줬더니 걱정 말고 검사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서

자가 격리를 하란다. 검사를 해놓고 간단히 지침을 듣고 나왔다. 보건소 선생님 덕분에

두려움이 덜해 집으로 와 격리를 시작했다.


다음날 음성이라고 문자가 왔지만 그래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관

수업한 동료들에게도 알리고 복지관에도 알렸다. 다음날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해

음성으로 나왔다는 단체 문자를 받고 안도했다. 복지관도 이틀 동안 폐쇄를 했었다고

한다. 격리 이틀째, 체온계와 소독제 마스크가 도착했다. 앱을 깔고 아침저녁으로 열

체크와 자각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폰으로 보냈다. 이틀 후 구호품도 도착했다.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없는 게 없이 들어 있었다. 햇반, 라면, 쌀 등등 푸짐했다.


“아뿔싸!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자가 격리하며 새삼 일상의 소중함도

경각심도 느끼게 되었다. 처음 문자 받았을 땐 무섭고 두려웠다. 만약에 감염이

되었다면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땜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날

옥죄었다. 가족들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TV

뉴스를 보면서 죽음이 번호로 매겨지는 가슴 아픈 사연들을 보면서 자가 격리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키다리 오빠가 걱정이 되어 서로 자주 안부를 전했다.


며칠 후, 키다리 오빠 활동가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키다리 오빠가 내 목소리

듣고 싶다고 했다며 호흡기 꽂고 있으니 내 얘기만 하라고 하시길래 쑥스러워 할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아 “오빠, 알럽 뿅.” “어서 빨리 나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부산도

가야하고 연꽃도 보러 가야지요.” 했는데 그게 오빠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어 버릴

줄은 몰랐다. 나를 무척 예뻐 해 주셨는데...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오빠 연꽃 보러

가자면서요. 부산 여행도 가자면서요. 화덕피자도 먹고 초밥도 먹어야 하잖아요.

내가 쏜다고 했잖아요. 나도 은혜 갚을 기회는 주셨어야죠. 그렇게 갑자기 떠나시면

어쩌라고요. 자꾸 눈물이 났다.


장애를 가지고 처음 행복한 글쓰기에 갔을 때 키다리 오빠의 글에 감동받았다. 말이

어눌해 아무것도 못 할 거라는 나의 생각을 확 바꿔 준 계기가 되었다. 나의 편견이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는 줄 알았다. 행복한 글쓰기에서 동료들과

생활하면서 편견이 깨졌다. 감성도 풍부하고 똑똑하고 인정도 많고 의리도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려면 이들처럼 만이라는 믿음과 용기가 생겼다. 올해 12명이었던

동료 중 두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래저래 여러 가지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감성이 풍부해 작은 일에도 폭풍 눈물을 흘렸던 복희 언니와 감성시인 키다리 오빠의

부재로 마음 한켠이 시리다.


키다리 오빠! 복희 언니!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서로 만나 편안히 쉬시길 기도할게요, 봄이 오려나 봐요.

오늘은 화원에 빨간 동백꽃이 피어 반기네요. 남쪽에는 매화꽃도 피었다는데... 작년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었을 때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을 고양시민을 위해 우리

장애인이 힘이 되어 주자는 취지로 시화전도 열고 키다리 오빠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시집도 나오고 참 보람 있던 한 해였는데 언니 오빠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네요.


TV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나와 올해부터는 접종할 수 있다고 한다. 얼른 빨리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기약 없는 전쟁인 거 같아 한숨만 나온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꽃이 피기 전 코로나가 물러가길 바라며 빨리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달리고 싶다. 휠체어에 날개를 달고 멀리 높이 날고 싶다.


[이 게시물은 예술누리님에 의해 2025-04-15 09:37:23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회사명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48
어제
268
최대
268
전체
10,600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